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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규어를 수집하듯이 다양한 음악적 모뉴먼트.

Movement On Monument

우리가 일상에서 작품을 제작하거나 감상하는 동안 가장 많이 쓰는 감각은 청각과 시각일 것이다. 음악이나 회화 같은 예술을 감상할 때 대부분 청각은 청각대로 시각은 시각대로 한 곳에 집중하여 읽어낸다. 이 같은 경향성으로 전통적인 예술관 역시 지각적 기법들을 떼어내어 장르를 분리해서 보는 견해가 강했다. 그러나 현대예술에 와서는 보다 복잡하고 혼용된 감각을 필요로 한다. 공연예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각예술 또한 미술의 범주가 다양해진 까닭에 설치, 영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시청각 활동이 동시에 수반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의 경우는 대부분의 작업들이 시지각적 활동에 의존해서 진행된다. 주로 대상을 찍고 출력해서 감상하는 방법이 전통적인 회화의 방식과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각에 특화된 사진작업으로 어떻게 소리나 음악을 담아낼 수 있을까? 아마도 김상현 작가는 이 부분을 사진에서 고민한 것 같다. 청각적 요소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그의 방식은 다름 아닌 음악적 대상을 오브제화하려는 노력에서 보여 진다. 

김상현 작가의 이번 전시는 공연사진으로 이루어진다. 연주자들을 담은 사진인데 일반적인 공연사진과는 다르다. 우리가 아는 공연사진들은 아티스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 공연장의 현장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보통 사진들이 아티스트들과 그 주변 배경이 주가 되는 롱샷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공연장의 열기와 정보를 한눈에 파악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가들 대부분이 설명적이고 묘사적 사진을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상현 작가의 사진은 다르다. 얼핏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연장에서 찍혀진 연주자의 사진이다. 인물 뒤 배경이 지워져있어 흡사 광고 제품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연주자는 오브제화 된 석고상처럼 하나의 제스처로 그대로 멈추어져 있다. 사진을 뚜렷이 보다 보면 이 사진들이 인물보단 음악적 해석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음악의 청각적 요소를 시각적으로만 온전히 전달하고자 공연 사진의 주가 되는 배경을 없애버렸다. 이 같은 사진들은 연주자의 감정과 음악이 상호작용하는 찰나를 절묘하게 포착하여 하나의 모뉴먼트로 박제화 시켰기 때문에 오로지 그 대상에만 몰입할 수 있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공연장에서의 웅장한 비트, 두근거리는 느낌과 리드미컬한 설레임을 사진에 담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음악적 요소들을 시각적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공연사진의 주가 되는 배경을 제거하고 본인이 재해석한 액기스들을 응축시켜 하나의 연주자 석상을 만든 셈이다. 이른바 무브먼트가 모뉴먼트로 탈바꿈한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이 사진에는 낯선 느낌으로 가득한 축제와 행사, 공연장과 음악이라는 넘실대는 무브먼트가 담겨있다. 그리고 익숙한 색과 이미지가 구조화되어 청각적 모뉴먼트로 제시되어 있는 재미난 피규어틱한 사진들이다. 다양한 피규어를 수집하듯이 다양한 음악적 모뉴먼트들을 사진으로 늘어놓았다. 우리는 차근차근 그 모뉴먼트들을 살펴보면서 그곳의 무브먼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이국적인 느낌의 다양한 연주자 사진들에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러 가지 자유로운 상상을 해 보도록 하자.  / 실시간아카이브